개발자로 취업한 지 2년 즈음이 지난 시점에서 적는 회고
삐뚤어진 MZ 신입사원에서 신임받는 프로젝트 리더로
얼마 전 회식자리에서, 팀장님이 제 칭찬을 하시면서 팀장 회의에서 프로젝트 리드를 맡긴다고 했을 때, 아무도 우려를 표하지 않을만큼 신임받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셨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의심받던 MZ 신입사원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많이 변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사 초반을 돌이켜보면 함께 일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책임감없는 태도로 불만만 가득했던 제 모습이 지금도 부끄럽습니다. 지금은 개발실력이 늘었다기 보다는, 어느샌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고 이전에 비해 성숙해진 모습이 되었다고 느껴져요. 그리고 지금, 취업한지 2년이 좀 넘은 시점에서 그동안의 회사생활에 대한 회고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자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40명 정도 되는 인원을 가진 작은 스타트업입니다. 입사 초기에는 개발을 잘하고 싶었어요. 개발자는 개발로써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했고, 좋은 시니어 밑에서 코드리뷰를 받으면서 성장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입사한 곳의 팀장님은 리액트를 전혀 모르시는 시니어 개발자셨고, 팀의 관리를 위해 임명된 분이었어요. 또, 프론트엔드 팀원은 저 같은 신입 개발자로만 이루어진 신생팀이었습니다. '이런 곳은 성장할 수 없는 회사야!' 라고 생각하면서, 딱 3개월만 일하고 퇴사하자 라면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서론이 길었네요. 지금부터는 3개월만 일하고 퇴사한다는 신입사원이 적는 2년 근속 회고입니다.
최고의 복지는 동료
그렇게 책임감 없던 제가 회사를 계속해서 다니게 된건 두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첫번째로는 이직에 성공하지 못한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겠죠. 그동안 계속 불합격만 받던 비전공 신입 개발자가 회사와 병행하면서 준비한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두번째는 지금도 함께하고 있고, 감사드리는 프론트팀을 포함한 동 료들 덕분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왜 이런 회사에..?' 라고 느껴질만큼 잘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한명한명 엄청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주니어 개발자로서 함께 성장해나가면서 코드와 지식을 공유하는 경험은 너무나 즐거웠고 도움되는 일이었어요. 과연 앞으로도 이런 팀을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게는 완벽한 팀이었습니다.
특히나 프론트엔드팀은 제가 애정을 갖고 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인 엑스맨처럼, 저희 팀원들은 모두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었어요. 기술 트렌드에 밝아 이런저런 기술을 시도해보면서 지식을 공유해주는 분도 있고,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자바스크립트나 브라우저의 동작방식이나 개념을 상세하게 아시는 분도 있었죠. 어떤 분은 정말 다른 레벨의 수준으로 문서작성을 하시고, 심지어 문서 쓰는 것을 즐겼어요. 한번은 그분의 작업들을 인수인계 받게 된 적이 있는데, 문서만 봐도 프로젝트의 흐름과 진행과정을 알 수 있어서 감탄하기도 했어요. 마지막 한분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분이 활짝 웃으며 커뮤니케이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것도 다른 레벨이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저는 항상 저희 팀원분들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그 능력들을 가지려 했어요. 팀원 분들이 멋진 히어로라면, 전 마치 원피스의 검은수염 티치 같네요. 기술 트렌드를 컨퍼런스 영상이나 특정 아티클에서 얻는 것을 보고 유명 컨퍼런스들을 챙겨보고, 오프라인 컨퍼런스에 참석해보기도 했어요. 자바스크립트를 포함한 소위 기본기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께는 특히 질문을 많이 드렸는데요. 개발 도중 문제가 발생할 때, 동작원리와 흐름에 의거해서 문제를 찾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팀원분들의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정말 많이했는데요. 퇴사하는 날, 여러 사람들과 여러번의 식사와 커피타임을 가지면서 제 능력이 무엇인지 알려주셨어요. 이 능력들은 퇴사 회고에 마저 적도록 하겠습니다.
시니어에 대한 존경
좋은 동료들과 회사를 다니게 되면서 크게 느낀점이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존경심입니다. 높은 DAU와 화려한 아키텍처, 최신 기술이 좋은 서비스 회사의 지표라고 생각했던 어린 날에는 '이 회사는 배울 것이 없는 곳이야!' 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알고보니 저같은 MZ 신입사원을 사람구실할 수 있게 만들어줄 만큼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습니다.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에도 꾸준히 개발을 공부하시는 시니어분들도 있었고, 마흔이 넘는 나이에도 해외 취업을 위해 영어를 공부하시는 시니어분도 계셨어요. 주니어 분들의 커리어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도와주는 모습이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채 격앙된 모습을 하는 주니어에게 부드럽게 왜 이렇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시니어분들의 모습을 보면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넘어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되었어요.